• 와이어: COILOLOGEY MTL Clapton Ni80 28/40AWG
    6바퀴, 내경 2.5mm, 다리 길이 불명
    최종 저항값 1.12ohm
  • 윅: Wick N Vape Cotton Bacon PRIME

정말 어이가 없게도 이 제품의 MTL에 대한 제대로 된 리뷰를 국내외 막론하고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비록 단순 로그로서 남기는 것이라지만 사실상 내돈내산 국내 최초 MTL 사용기가 돼버렸다(내가 아는 한). 아무튼 할 말이 굉장히 많은데,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바텀 피딩 용도로 구매를 해서 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이 무화기에는 일반용 510 센터 핀이 동봉되어 있지 않다. 사실상 RDA가 아니라 RSA인 셈.

구버전과는 달리 델린 에어 플로우 파츠가 SS로 변경됐다든가, 탑 캡 내부 설계의 변경으로 확실하게 잘리지 않은 코일 다리 끝자락이 탑 캡 내부를 긁거나 쇼트를 일으키는 문제를 개선했다든가 하는 장점은 구버전을 써본 적이 없었으니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 무화기는 MTL로'도' 쓸 수는 있는 설계를 가지고 있을 뿐, MTL 전용이 아니기에-더군다나 MTL 베이핑 후기와 같은 정보가 사실상 없었기에, 구매 전까지만 해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MTL로 사용하는 데에 문제라고 지적될 법한 부분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MTL 기준으로 게이지가 높은 단일~특수 와이어를 사용할 경우, 포스트에 코일을 예쁘게 고정하는 게 정말 힘들다. '예쁘다'의 기준이 내겐 굉장히 높은 터라 코일을 그냥 체결하는 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바퀴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코일의 다리가 V자 형태로 만들어져서 최악의 경우엔 포스트 나사가 코일 다리를 고정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일어난다. 애당초 포스트의 코일 다리를 끼우는 부위 자체가 V 모양으로 파여있다. 익숙해지는 데에 아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 코일의 위치를 잡는 작업부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길쭉한 가이드 봉만 있다면 에어 플로우 파츠와 빌드 덱 끄트머리에 고정하고 모양을 잡아준 후, 위로 조금씩 올리며 본인의 입맛에 맞게 높이를 맞추면 끝. 다만 로그를 남기는 이번에는 욕심을 조금 부리는 바람에 코일과 에어 플로우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며 목표 저항값보다 0.12ohm 초과하고 맛이 다소 드라이하게 왜곡되는 문제가 일어났다. 그냥 앞서 설명했던 방식으로 빌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로그 작성 기준으로 이번이 세 번째 빌드다).

MTL용(사진에서 체결된 것) 에어 플로우 파츠를 체결한 후 100% 개방했을 때 기준으로 꽤 여유로운 흡압을 보여주는데, 50%~33% 개방할 때에는 저항감이 가미된 부드러운 흡압을 보여줬다. 그러나 연초 담배와 맞먹을 정도의 빡빡한 흡압은 이 무화기로 절대 구현할 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100% 개방 기준으로 발라리안 0.6ohm 코일을 80% 에어 플로우 개방으로 사용했을 때의 흡압과 비슷하다.

기성 무화기로는 RBA의 맛을 따라올 수 없다는 얘기는 옛말이 돼버린 지 2년이나 지나버렸다. 단언컨대 더 이상 맛의 진함으로는 RBA가 팟 디바이스를 절대로 이길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차별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맛 표현의 해상도와 밸런스 정도. 그걸 감안하더라도 하이드로 RDA는 국내가 기준 17만 원의 가치를 지닐 정도로 맛이 굉장히 뛰어난 MTL 베이핑 경험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특정 향료가 묻히거나 왜곡되는 등의 문제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해상도와 밸런스가 넓고 뛰어난 맛을 보여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어떠한 액상을 사용해도 부족함 자체는 없었는데, 쿨링과 멘톨이 약한 액상에서 유별나게 부스트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이 때문에 특정 향료가 묻히는 문제는 딱히 보이지 않았고, 이미 쿨링과 멘톨이 강력한 액상에서는 차이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이건 단순히 무화기의 특징이라고 여길 수 있겠다.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면, 에어 플로우 파츠의 탈착이 굉장히 짜증 난다. 코일만 제거된 상태에서 에어 플로우 파츠를 교체하려 들면, 하단의 오링 때문인지 제대로 체결이 되지 않고 조금씩 붕 뜨게 된다. 액상을 묻혀도 지랄 맞게 딱 달라 붇지 않는 게 굉장히 빡치게 만든다. 완전 분해 후 빌드 덱 절연체 파츠와 에어 플로우 파츠를 직접 손으로 들고 비벼대는 지랄을 해야 완벽하게 체결되는 문제가 이 제품을 쓰는 데에 짜증을 유발한다. 세척 혹은 DTL/RDTL/MTL을 번갈아 쓸 때 외엔 탈착할 일이 없긴 하지만.

오버 스퀑킹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탑 캡의 에어 플로우를 손가락으로 막고 스퀑킹을 하는 습관을 들일 생각이 없다면, 스퀑킹하는 감을 손가락으로 완벽하게 익히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MTL에서도, DTL에서도 같을 것으로 예상한다.

성격상 뭐가 됐든 마음에 들수록 단점을 더 찾으려 들기 때문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름 괜찮은 무화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