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XK

국의 Shenzhen Shenxingkang Technology(이하 SXK)는 2013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클론(Clone/Style, 복제품)의 구매를 고려하거나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할 정도로 베이프 업계의 대표적인 클론 생산 전문 기업 중 하나다.

SXK는 설립 이래로 정말 오랫동안 시세가 수백 달러는 가볍게 넘는 소량 생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은 물론, 대중적인 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상품까지 가리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복제&양산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최초 공개 당시의 빌렛 박스 프로토타입과 액세서리들_출처: E-Cigarette Forum.Com

한편 SXK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인 2012년 하반기, 빌렛 박스 베이퍼는 프리미엄 AIO 키트인 빌렛 박스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개선이 이뤄진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여, 현재는 고방전 18650 규격의 배터리와 이볼브 LLC의 DNA 칩세트 시리즈, 독자 규격인 보로(이름의 유래는 붕규산 유리인 Borosilicate glass의 약칭) 탱크와 다양한 브리지가 채택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SXK의 2019년형 빌렛 박스 클론과 액세서리 클론_출처: 알리바바

당연하게도 SXK는 이를 놓치지 않고 DNA 칩세트 시리즈가 내장된 것까지 똑같이, 혹은 자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세트를 채택하는 등 수많은 빌렛 박스 시리즈와 액세서리의 클론을 끊임없이 양산했다.

출처: 프로 베입스 UK

그러던 중 오랫동안 쌓아왔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영국의 한복판에서 가만히 앉아 불알을 긁던 프로 베입스 UK(이하 프로 베입스)와 협업하여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앞에서 빌렛 박스 시리즈를 언급한 이유는, 이 신제품의 이름과 비주얼만 보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구형 밴텀 박스_출처: 프로 베입스 UK

2019년 여름에 SXK와 프로 베입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출시된 AIO 키트 밴텀 박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반갈죽이 된 빌렛 박스 그 자체다. 차이점은 고방전 18350 규격의 배터리가 사용된다는 점과 SXK가 개발한 SEVO-30 칩세트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롭게 설계된 플레이트&버튼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전부. 빌렛 박스에 사용되는 보로 타입 탱크와 브리지 모두 밴텀 박스에도 '호환'되고, 이를 체결할 때에 사용되는 커넥터의 형태와 방식에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

SXK의 베이프 스네일 클론_출처: 프로 베입스 UK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듯, 짝퉁을 경멸하던 이들(특히 SXK의 행보를 아주 잘 아는 베이퍼들)로부터 밴텀 박스는 공개되자마자 배가 터지도록 욕을 처먹었다. ‘고작 좆만한 창의력으로 한다는 짓이, 결국에는 즈그들이 파는 클론 액세서리를 구매하게 만드는 거냐’, '프로 베입스는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게 없다'가 그들의 주장이다. '이건 빌렛 박스의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평가 또한 힘을 얻는 중. 이는 적극적으로 '짝퉁 메이커' 이미지 브랜딩을 자처한 SXK의 업보다. 반박 시 내 말이 맞음.

태까지 클론이라는 것에는 여분 파츠 용도 외에 손도 대지 않던 나는,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에 이 제품을 구매했다. 베이프 스네일 클론과 지투 커스텀 드립 팁 클론도 같이 구매했으니, 생애 첫 실사용 클론 기기가 되어버린 셈. 그로부터 오랫동안 메인 기기로 사용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밴텀 박스는 클론 혐오자들의 주장처럼 빌렛 박스의 짝퉁으로'만' 취급해야 하는 기기인지, 아니면 빌렛 박스의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또 다른 보로 디바이스로'도' 여겨야 하는 건지, 그리고-논란의 여지를 떠나서, 이 제품은 구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지금부터 빌렛 박스도 밴텀 박스도 모르는 분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내 생각을 이야기할까 한다.

베이프 스네일 클론을 빌드하는 모습.

참고로 원본을 구매해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브리지를 비롯한 밴텀 박스의 주요 호환 액세서리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했다. 따라서 적은 용량을 가진 18350 배터리를 채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짧은 베이핑 시간의 문제 또한 이 글에서는 생략할 것이다. 규격상 용량이 더 많은 배터리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으니, 한 번의 완충으로 오랫동안 밴텀 박스를 사용하고 싶다면 높은 저항값의 코일 헤드를 사용하거나 그렇게 빌드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구형 밴텀 박스의 소개 이미지_출처: 프로 베입스 UK

텀 박스는 구형과 신형인 리비전(Revision)이 있으며, 구성품과 사양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구형 패키지에는 드립 팁과 커넥터, 보로 탱크 클론, 아스파이어 노틸러스 1.8Ω 코일 헤드와 코일 어댑터, 캥거테크 코일 헤드용 어댑터, 리빌더블 파츠, 그리고 구형 SXK SEVO-30 칩세트가 내장된 밴텀 박스 모드 등이 동봉되어 있다.

구형은 발매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칩세트에서 자잘한 문제점이 발견되는데….

밴텀 박스 리비전의 소개 이미지_출처: 프로 베입스 UK

문제점을 개선하고 패키지 구성을 변경 및 추가한 것이 리비전으로, 신형 SEVO-30 칩세트가 내장된 밴텀 박스 모드와 함께 다양한 구성품을 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저것 따지기 귀찮다는 이유로 구형을 사용하다가, 신형 칩세트의 개선사항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국내 SXK 공식 협력 업체 중 하나인 비엔 베이프를 통해 신형 SEVO-30 칩세트 PCB를 비롯한 몇 가지 액세서리를 구매하였다.

18350 배터리가 포함된 버전의 밴텀 박스 리비전 패키지_출처: 프로 베입스 UK

밴텀 박스 리비전 모드에 내장된 신형 SEVO-30 칩세트의 주요 변경 사항은 세 가지다.

  • 출력값과 저항값의 측정 오차범위 완화
  • 램프 업 타이밍(코일 가열 속도) 프리셋 기능 추가
  • LCD 화면에 SXK 부팅 로고 추가

이것만 보면 사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앞에서 언급했듯 패키지의 구성품이 구형보다 상당히 풍성해졌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SXK 밴텀 박스 팟_출처: 프로 베입스 UK

특히 오리지널 제품인 밴텀 박스 팟은 퀵 릴리즈 커넥터와 함께 리비전의 가치를 더욱 부각하는데, 밴텀 박스를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마저 호평했을 정도로 편의성이 뛰어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나중에 다룰 예정.

액상이 가득 찬 탱크를 비롯한 모든 부품을 체결하면 '가볍다'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패널은 G10 소재가 채택된 덕분에 상당히 가벼운 편이어서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립 팁과 커넥터를 제외한 모드의 사이즈는 55mm×55mm×24.5mm. 배터리까지 제외한 무게는 합금 알루미늄 소재임에도 110g이다. 크기는 괜찮다 치더라도 최근 출시되는 팟 디바이스, 특히 현재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웰의 발라리안의 무게가 72g인 점을 고려하면 꽤 무거운 편. 하지만 팟 디바이스와 외장 배터리형 AIO를 같은 카테고리에 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액세서리에 따라 최대 5mL의 액상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장일단이라 여겨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빌렛 박스의 사이즈와 무게가 88mm×54mm×24mm에 208g인 점을 비교했을 때,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드의 그립감은 좋은 편. 자석으로 탈착이 가능한 패널이 약간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양이어서 손에 쥐고 베이핑을 할 때의 불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룩딸을 위해 패널을 벗겨도 사용 중의 큰 문제는 없다.

파이어 버튼이나 +/- 버튼을 누르고 LCD 화면을 켰을 때의 지속시간은 10초. 밝기나 지속시간을 조절하는 별도의 기능은 없다.

상단에는 탱크를 잡아주는 커넥터와 드립 팁, 그리고 SEVO-30 칩세트의 LCD 화면이 자리 잡고 있다.

구형을 기준으로 배터리 과방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퍼센티지와 달리 게이지가 조금 더 낮게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SEVO-30 칩세트는 최대 출력 30W(8V)에 코일 저항값 허용범위 0.4~3.0Ω으로, MTL에 최적화된 스펙. 저항(Ω), 전압(V), 배터리 잔량을 심플한 UI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조절하며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 전력(W)은 큼지막한 숫자로 확인 가능하다. 구형과 신형 모두 파이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저항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배터리 잔량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되도록 설정된 출력값으로 코일을 가열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정된 전력값은 +/-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 임의로 바뀌지 않지만,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버튼 잠금 설정이 풀리게 된다.

전원이 꺼지거나 체결된 코일이 인식되지 않거나, 혹은 쇼트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에 따라 칩세트는 즉각 대응하며 LCD 화면에 메시지를 출력한다. 파이어 버튼을 20초 이상 누르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서 자동으로 이를 차단하는데, 메커니컬 모드를 제외한 일반적인 베이프의 안전장치가 5~10초 이상 지속할 때 작동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신형 SEVO-30 칩세트의 LCD 화면_출처: DJLsb Vapes 유튜브 채널

신형 SEVO-30 칩세트는 UI에 배터리 퍼센티지가 사라진 대신, 램프 업 타이밍을 조절하는 SOFT-NORM(Normal)-HARD의 프리셋이 표기된다. 소프트는 약 0.5V 더 낮은 출력으로, 하드는 약 0.5V 더 높은 출력으로 코일을 1초간 가열하다가 본래 설정값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초'와 'MTL'의 궁합은 그렇게 썩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인 데다가 프리셋을 바꾼다고 해서 배터리 잔량의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아니기에, 기성 코일 헤드 환경에서는 그냥 노멀 프리셋으로 설정을 고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구형과 마찬가지로 버튼 잠금 설정이 풀리며, 추가로 램프 업 타이밍 프리셋도 노멀로 초기화된다.

오른쪽이 퀵 릴리즈 커넥터(비엔 베이프 기준 6천 원). 기존의 커넥터와 달리 풀거나 잠글 때마다 도구가 필요 없다.
/DEV의 휘슬 V3와 같이 지름 14mm가 넘는 드립 팁을 사용하고 싶다면, 퀵 릴리즈 커넥터는 체결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지름 14mm의 커넥터는 탱크를 슬롯에서 고정하는 역할은 물론, 빌렛 박스처럼 브리지의 접점부 역할도 맡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저항값 측정을 위해서는 커넥터의 나사선에 이물질이 묻어서는 안 되며, 체결할 때 되도록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 모드의 커넥터 슬롯은 중심을 기준으로 약간 움푹 파여있기 때문에, 커넥터를 끝까지 체결해도 모드 겉의 도색이 벗겨지며 눈에 보이게 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구형의 경우 선택권이 없지만, 리비전이나 단품을 별도로 구매함으로써 퀵 릴리즈 커넥터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오른쪽이 리비전 패키지에 동봉된 드립 팁. 퀵 릴리즈 커넥터 단품에도 동봉돼 있다.

커넥터의 드립 팁 체결 부위는 510 규격이기 때문에 개인 취향에 맞는 드립 팁을 별도로 구매해서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든 드립 팁이 그렇듯이 다소 헐렁하게 체결되는 것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커넥터와 드립 팁 사이의 틈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510 드립 팁이 체결되는 대다수의 무화기나 AIO 키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단점인데, 밴텀 박스도 베이핑 횟수가 누적될수록 커넥터와 드립 팁 틈새에 액상이 조금씩 고이게 된다. 사소하고 흔한 문제지만 액빨림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으니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닦아주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퀵 릴리즈 커넥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인지, 기존 커넥터와 달리 내부가 약간 오목하게 파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별도 판매 중인 버튼&플레이트 세트를 구매해서 교체한 모습.
참고로 이쪽에 있는 나사선은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나사를 죌 때 힘을 주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파이어 버튼 측면의 패널을 벗겨서 확인할 수 있는 밴텀 박스 로고와 버튼, 그리고 PCB를 감싸고 있는 플레이트. SXK에서 출시된 액세서리를 구매하면 버튼과 플레이트를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 별도 판매 중인 버튼에는 대다수 절연체가 동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체 전에 기존의 버튼 안쪽에 있는 절연체로 대체해야 한다.

파이어 버튼은 다섯 번 빠르게 누르는 것으로 기기를 켜고 끌 수 있으며, 켜진 상태에서 빠르게 세 번 누르는 것으로 LCD 화면의 방향을 180° 돌릴 수 있다. 당연하게도, 꾹 누르면 코일이 가열된다. 여기에 할당된 조작법은 이것으로 끝.

출처: Planet of the Vapes

나사를 풀어서 플레이트를 떼고 파이어 버튼까지 제거하면 SEVO-30 칩세트의 PCB가 드러난다. PCB의 교체는 케이블과 배터리 접점 부품이 단선 혹은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밖으로 빼고, 인두로 납땜을 제거한 후 역순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펌웨어 업데이트와 같은 기능은 없지만, 비엔 베이프 기준으로 7천 원이라는 칩세트의 저렴한 가격이 단점을 모두 상쇄한다. 자체 충전까지 하면서 칩세트를 거칠게 다루다가 수명이 다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다.

이볼브 LLC의 DNA 40_출처: 이볼브 LLC

DNA 칩세트 시리즈로 PCB를 개조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김새 자체도 아예 다른 데다가 SEVO-30 칩세트가 LCD 화면이 부착된 PCB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면의 패널 속에는 배터리 슬롯과 탱크 슬롯, 그리고 +/- 버튼이 있다. 레이아웃이 비대칭인 점이 언짢지만, 칩세트가 좌상단에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

18350 배터리가 들어가는 슬롯. 패널을 제거하고 사용해도 될 정도로 배터리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배터리 탈거에 쓰이는 벨트 끝자락을 탱크 슬롯 안쪽으로 집어넣으면 더 깔끔한 룩딸을 꾀할 수 있지만, 탱크의 형태에 따라 벨트가 손상될 수 있다.

하단의 접점부가 양극을, 체결되는 커넥터가 음극의 접점을 담당한다.

탱크 슬롯은 최근의 빌렛 박스와 같은 모습. 이 때문에 빡빡한 흡압을 원한다면 별도의 에어 플로우 컨트롤 파츠를 사용하거나 손가락으로 에어 플로우를 막으며 써야 한다는 단점을 공유한다.

AIO 계열의 베이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밴텀 박스에도 똑같이 일어나는데, 바로 액상의 결로와 누수가 발생할 때마다 탱크 슬롯 안쪽에 그대로 고인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예방하는 방법이 거의 없어서, 다른 AIO를 사용할 때처럼 주기적으로 안쪽을 확인하며 닦아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나마 탱크 슬롯의 밑에는 접점부와 케이블 외에 아무것도 없으므로, 누수가 발생해도 다른 AIO처럼 칩세트까지 액상이 스며드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파이어 버튼처럼 교체가 가능한 +/- 버튼은 구형과 리비전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

신형 칩세트에는 - 버튼과 파이어 버튼을 동시에 누르며 램프 업 타이밍 프리셋을 변경하는 조작법이 추가된다.

공통적으로는 각 버튼을 누를 때마다 5W부터 30W까지 0.1W씩 출력이 조절되며, 두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것으로 잠그거나 풀 수 있다. 파이어 버튼이 잠기지는 않는데, 우발적으로 파이어 버튼을 누르는 걸 방지하고 싶다면 그냥 기기를 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파이어 버튼 조작을 통해서 LCD 화면을 180° 바꿔도, +/- 버튼 할당이 반전되지는 않는다.

가를 하자면 밴텀 박스는 빌렛 박스의 무게가 거슬렸거나, AIO 계열의 베이프에 호기심을 갖고 있거나, 보로 계열 탱크와 호환 브리지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지갑의 여유가 시원찮았던 이들에게는 확실하게 어필이 가능한 기기다. 리비전 기준으로 저렴하고,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은 충분히 합격. 후술할 피프티 50보다 더 좋은 가격 대비 만족감이 보장되는 수준이다.

부푸의 드래그 S(위)와 이를 벤치마킹한 아스파이어의 BP80(아래)_출처: 해당 공식 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거기에 클론 관련 이슈를 배제하면 '빌렛 박스의 짝퉁'이라는 평 자체는 사실 억측이라 여겨도 무관하다.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베이프 업계에서 저작권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기가 힘들 정도로 거의 없다시피 하다. 벤치마킹하는 것 정도는 이쪽 업계에서는 밥 먹듯 하는 짓이니까.

좌측부터 JG의 델로 D60(D60D), 선박스의 제로 보로, 라임라이트메카닉스의 피프티 50 V2_출처: 선박스, 프렌들리플리퍼, 스팀아일랜드

더군다나 애당초 보로 계열 탱크와 호환 브리지를 체결하는 AIO는 빌렛 박스와 밴텀 박스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JG의 델로 시리즈(시세 400달러 이상)와 선 박스의 제로 보로(시세 300달러 이상), 그리고 라임 라이트 메카닉스의 피프티 50 시리즈(시세 200달러 이상) 등 또한 빌렛 박스의 주요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기기들은 상술했던 '보로 디바이스'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밴텀 박스 리비전의 판매가_출처: 패스트 테크(위), 프로 베입스 UK(아래)

제는 장점으로 먼저 언급하는 바람에 모순이 되어버린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하필이면 SXK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021년형 빌렛 박스(좌)와 하쿠 엔지니어링의 하쿠 제타(우) 가격_출처: 빌렛 박스 베이퍼(좌), VAPSTOR(우)

패널과 같은 기본 액세서리조차 없는 원본 빌렛 박스 모드는 배송비를 제외해도 약 200달러가 넘는 가격을 자랑하고, 핵심이 되는 유명 서드파티의 원본 리빌더블 브리지조차 가격이 약 90달러부터 시작된다. 오십보백보 양보해서 밴텀 박스를 어엿한 보로 디바이스라고 인정하더라도, 해외에서 40달러조차 안 되는 저렴한 기기에 고가의 액세서리를 사용하고 싶을까?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명 베이프 기업에서 작정하고 양질의 액세서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애당초 보로 디바이스와 액세서리들의 가격이 비싼 이유 중 하나가 소량생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니까)하지 않는 한, 사용자 대다수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괴이한 꼴을 찝찝해할 것이다.

밴텀 박스 리뷰에서 SXK와 프로 베입스를 비난하는 제이 헤이즈_출처: Jai Haze 유튜브 채널

SXK는 생산 단가가 어떻게 됐든지, 애당초 프로 베입스를 고기 방패 삼아서 밴텀 박스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했어야 했다. 그런데 SXK 로고가 떡하니 보이는데 프리미엄을 붙인다고? 여태까지 몇백 달러가 넘는 상품을 복제해서 헐값에 팔아 재꼈는데, 누가 미쳤다고 비싼 가격의 SXK 제품을 살까? 차라리 프로 베입스가 밴텀 박스의 모든 설계를 정말로 담당했던 거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SXK와는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인적으로 생각하는 심각한 문제는 이게 전부. 호기심으로 질렀던 밴텀 박스는 '양심(클론 액세서리를 써야 할 거 같은)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라임 라이트 메카닉스의 세라코티드 실루민 드립 팁.
하쿠 엔지니어링의 하쿠 제타 TI.
앳미주의 베이프 셸&MTL 키트.
빌렛 박스 베이퍼의 보로.
멈스 판타지 팩토리의 본(AKA 보로).

"입닥치고 그냥 원본 액세서리를 쓰면 되잖아?"

…가 고민 끝의 결론. 조만간 패널이나 액세서리에 각인/도색/도금 등의 커스텀을 의뢰하는 방법도 동원할 예정이다.

(정신)승리한 병신.

돈낭비를 곁들인 똥고집 맞다. 그런데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한 걸 어떡하랴.

기회가 된다면, 이것 외에 다른 브리지도 구해서 여기에 사용해보고 싶은 바람이다.